태어난지 18개월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우리집 보물에 대한 글을 처음 쓰게 되었다.
2023년 3월 4일, 우리집 보물이 세상에 나왔다. 3일 새벽, 와이프가 이상하다고 하면서 나를 깨웠다. 양수가 터진 것이다. 예정일보다 2주나 빨리 나오게 되는거라 산부인과에 챙겨갈 물품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그래도 얼른 가는게 좋을 것 같아서 챙길 수 있는 것들만 부랴부랴 챙겨서 병원으로 이동했다.
와이프는 입원하고 나는 좀 더 챙길 수 있는 것들을 가질러 집에 잠시 다녀왔다. 코로나 시즌이라 자유로운 출입이 불가해서 딱 한번만 다녀올 수 있었고 나갔다 올 때 마다 코로나 검사해서 음성 판정 받은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진통이 길어지기 시작했고 유도분만을 위해 주사를 맞았다. 그때부터 와이프는 진통이 왔다가 괜찮아졌다를 반복했다. 입원한 첫날을 넘기고 그 다음날 새벽 1시쯤 제왕절개와 유도분만 좀 더 할지를 얘기했다. 간호사분이 수시로 왔다갔다 하면서 와이프 상태를 보더니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고 새벽 3시쯤 출산실로 이동했다.
정확히 2.5kg으로 미숙아 커트라인이다. 처음 태어나서 안게 되었을 때 그 순간을 잊지 못하겠다. 대부분의 아빠들이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고 했는데 나는 울음이 나오진 않았다. 오히려 애기가 나오기 전에 와이프가 무통주사를 맞으며 힘들어 하는 것과 출산할 때 아픈걸 참아가면서 힘주고 있는 것과 간호사가 와이프의 배를 위에서 누르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다. 이래서 세상의 엄마들이 위대하다고 하는 것 같았다.
아기를 처음 안았을 때 울음이 나오지 않았던 이유는, 아기의 얼굴이 예상했던 것과 너무 달라서 였다. 나를 닮은 건지, 와이프를 닮은건지 알 수 없었고 귀엽다기 보다는 불어 있어서 눈도 잘 뜨지 못했다. 어디가 불편한건 아닌가 싶었는데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분들은 당연하다는듯 아무런 표정 없이
'손가락, 발가락 10개씩 이상 없네요~ 건강하게 잘 나왔습니다. 축하합니다.'
라고 하며 와이프를 케어하고 있었다.
딸아이라서, 걱정이 더 됐던 것 같다. 아들이었으면 어떻게 생겼든 알아서 잘 살아가겠지 했을텐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걸 알았다. 다행이다. 3~4시간 정도 지나고 붓기가 빠지니 처음 나왔을때와는 또 얼굴이 달라졌다.
눈을 뜨고 여기가 어딘지, 상황을 파악하려는 것 같았다. 지금이랑 비교해보면 이때 얼굴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지만 다시 보니 이때도 엄청 귀엽고 사랑스러웠네.. 이때부터 나는 딸바보가 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 울어라 울어 크게 울어라~ 잘 울어야 목청도 트이고 말도 빨리 한다더라~!
출산 후 산부인과에서의 3일이 지나고 조리원으로 들어왔다. 조리원은 일반, vip, vvip 3개 등급으로 있었고 우리는 vip를 예약해놓았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 vip실이 예정보다 빨리 출산한 분들이 있어서 꽉 차 있었고 마침 하나 있는 vvip실이 비어 있어서 우리는 vip 금액에 vvip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3주나 있을 예정이어서 중간에 vip실이 자리가 나면 다시 돌아가야 했지만 3주 내내 돌아가는 일 없이 넓은 곳에서 지냈다. 방도 넓고 족욕기도 있고 내가 제일 좋아한 안마의자가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조리원은 주말에만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갈 때 마다 코로나 검사를 해서 음성 판정 된 것을 들고가야 했다. 주중엔 출근하면서 집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엔 조리원에 가서 애기도 보고 안마의자도 10번씩 하면서 으흐흐 지내다가 왔다. 이때가 내가 혼자서 즐길 수 있는 마지막 휴가 기간이었다.
평일 저녁엔 아기가 집에 오기 전에 이런저런 준비를 해놨다. 예정일보다 2주 정도 일찍 나온거다 보니 아직 부족한게 있어서 와이프가 얘기해주는걸 주문하면 받고 집에 정리를 하면서 지냈다.
조리원에서의 3주 생활이 끝나고 와이프와 아기가 집으로 들어왔다. 이제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되었다. 2~3시간 간격으로 분유 먹이고 소화시키고 재우고 설거지하고 무한반복 생활이 시작됐다.
와이프는 출산휴가 3개월만 쉬기로 했다. 집에오고 처음 3주 동안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했다. 원래 2주인데 1주 더 추가해서 3주 했다. 다행히 좋은 분이 와주셔서 잘 봐주셨고 애기 볼 때 씻기고 하는 것들을 많이 알려주셨다. 3주가 끝나는 날에 2년 뒤 둘째 때 다시 뵙자고 말씀드렸고 그때 와이프가 날 때렸던 기억이 난다. ㅎㅎ
출산 후 첫 사진 촬영이다. 조리원에 있을 때 작가님에 조리원에 방문해서 사진촬영을 해주셨다. 평일이라 나는 들어갈 수가 없어서 사진으로만 받았다.
언제 또 애기 관련 글을 쓰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모습까지 따라잡으려면 부지런히 써야될 것 같다.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육아하면서 썻던 물품들이나 육아 방식, 먹은 음식 등등 그동안 찍어왔던 사진들을 보면서 기억을 되살려 써봐야겠다.
애기 이름은 소이 다. 내가 와이프에게 태어나기 몇달전부터 강하게 밀어부쳤다. 지금은 둘째 이름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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